[25년 상담심리사 2급 합격 수기] 이00 선생님

0. 수련 요건 이수 현황

1. 수련 과정

먼저,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지금 바로 내담자를 만나도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단순히 이론만 배우는 것보다는 직접 부딪치며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에서 상담 면접 및 실습 과목을 수강하는 학기에 사설센터에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매 회기 내담자와 상담자 반응을 열심히 복기하고 수퍼비전을 열심히 받으며 상담이 내담자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 했습니다.

둘째로는 수련생 신분으로서 충분한 사례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련을 시작한 사설센터에서는 상담사례를 5사례만 연결해주었고, 접수면접이나 심리검사를 위한 내담자를 접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상담을 하면 할수록  ‘2급 기본 요건을 충족해서 자격증을 딴다 한들, 5사례의 경험으로 2급 전문가의 역량을 과연 갖출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상담 경험을 많이 해보고 싶었고, 나의 수련생 신분을 내담자에게 명시하면서 상담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사설센터의 수련과정을 마치고 오렌지카운슬러에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다양한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오렌지카운슬러에서의 수련은 다양한 수퍼바이저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소중했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 상담센터의 자원상담원으로도 지원해서 함께 활동했었는데 학교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면 다양한 심리검사 도구를 활용해볼 수 있어서 심리검사 경험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2. 필기시험

   기출문제가 전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을 가능한 빨리 경험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필기 시험 준비를 하지 못했을지라도 응시가 가능한 해에 바로 신청했습니다. 필기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합격을 하게 되었는데, 다른 자격증들과 달리 단순 암기보다는 이해한 내용을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험 문제 유형인 것 같고,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해왔던 공부들이 기본기에 도움이 되었나 싶습니다. 대학원 입학 전, 기본기를 쌓고 싶어서 사이버대학교에서 학부 심리학과 학부과정 커리큘럼에 나오는 기본 심리학 과목들(ex. 학습심리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등등)과 상담심리대학원 과정 커리큘럼에 나오는 과목들(ex. 상담이론, 이상심리학, 심리검사 등등) 을 3학기 정도 수강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심리학개론, 상담이론, 상담 면접 및 실습, 심리평가, 이상심리학 과목들을 한 번 더 집중적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대학원 입학 후에는 시험 과목에 포함되는 과목들은 최대한 수강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각 과목별로 이론서를 3회독 정도 한 것과 같은 과정이었던걸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암기가 필요한 이상심리학은 시험 직전에 보았습니다.

3. 면접 서류 준비 시 유의사항

개인적으로 매뉴얼에 약한 편인데, 상담 요건과 관련된 매뉴얼이 무척 어렵게 느껴져서, 숙지에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인 분이시라면 수련 시작 할 즈음부터 천천히, 반복적으로 매뉴얼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수련생 단톡방을 활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접수면접이나 심리검사는 그때그때 등록해두었었는데, 상담 및 심리치료기록을 마냥 미루고 있다가 서류 준비 전에 한꺼번에 등록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특히 공개사례발표를 한 사례의 경우 수련수첩에 있는 모든 인적사항과 내용이 매치되어야 한다는 이야길 많이 들어서 여러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몰아서 등록하다보면 실수도 생기고 그만큼 불안과 압박이 크게 와서 1급 때부터는 꼭 그때그때 등록해두리라 다짐했습니다.

수련수첩 등록에서 의외로 가장 신경쓰였던 건 내담자의 나이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담하면서 해가 바뀌게 된 경우, 내담자가 접수면접에는 만 나이를 기재했었고, 상담 과정에서는 우리 나라 나이를 언급하는 등으로 인해 내담자 나이의 기록이 의외로 들쑥날쑥한 것이 많아서 수정했습니다. 수련수첩에서 내담자를 구분하는 중요한 인적사항이 나이이므로 등록하실 때에 나이를 한번더 신경쓰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개사례발표 보고서가 녹음본과 일치하지 않거나 불성실하면 탈락된다는 소문을 많이 들어서 녹음본을 여러 번 다시 들으며 수정을 했습니다. 인내와 정성이 필요한 작업인데 2개의 사례 모두 서류 전형 직전에 하려니 스트레스가 크더라구요. 공개사례발표 전후에 여유롭게 축어록 완성해두시는 것을 추천해드려요.

4. 면접

저는 스스로가 순발력있게 말을 하는 것을 잘 못한다고 생각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한 내용을 말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신경을 썼는데요, 우선 어떻게든 말로 내뱉는 훈련과 제한된 시간 내에 문제를 읽고 파악하는 훈련입니다.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처음에 말로 하려 하면 전혀 안 나왔어요. 스터디에 들어가서 구두로 질문을 듣고 답변해보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시작할 때는 정말 제대로 답변을 못해서 두려움과 자괴감이 들었는데 반복해서 하다보면 시험 1-2주 전 즈음 매끄러워지더라구요. 스터디 하면서 스터디원들의 답변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계속 하다보면 답변 내용의 구조를 잡을 수 있게 되어서 최대한 스터디를 활용하는 것을 강추드려요. 스터디는 면접 약 한달 전 즈음 시작했습니다. 처음 3주는 1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매주 각각 이론, 사례, 윤리  범위를 정하고 내용 파악해와서  말로 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후 주 2회, 3회 조금씩 늘려갔고, 마지막 주에는 거의 매일 스터디를 했습니다. 둘째로는 말에 담는 내용이 최대한 정확할 수 있게 내용을 정리하고 반복 학습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출력해보는 훈련을 하고, 부족하다 여겨지는 부분은 그 외의 시간에 자습해서 보완하는 식이었습니다.

‘상담이론 영역’은 고전적인 상담 이론을 범위로 하여서, 지엽적인 내용보다는 인간관, 우울, 불안과 같은 병리를 설명하는 관점, 상담목표, 상담자의 역할을 정리하고 핵심 내용을 반복해서 학습했습니다. 이론들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생각해보고 말해보는 훈련도 중요했습니다. 지엽적인 내용들보다는 각 이론에서 이론의 동기과 인간관을 보는 관점, 거기에서 형성된 핵심 키워드들 중심으로 각 이론을 비교해서 생각해보는 과정이 중요했다 생각됩니다.

‘상담실무(사례)’ 영역은 먼저 사례개념화의 정의와 구성 내용부터 공부했습니다. 주요한 이론 별로 사례개념화 한 예시들을 보며 중요한 키워드나 포인트들을 반복해서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심리검사 결과도 빠르게 해석하고 판단내릴 수 있도록 MMPI-2와 DSM-5 기준은 마지막까지 반복해서 암기했어요. 스터디 시간엔  챗지피티를 활용해서 사례를 만들어 온 후, 실전처럼 제한 시간(7분~8분)동안 빠르게 읽고 사례개념화 내용을 정리하고 질문에 답변해 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핵심을 파악해서 정리해보는 훈련이 시간이 많이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너무너무 막막하고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요령도 생기더라구요. 사례에 나타나는 내담자의 증상과 원인, 내담자의 자원과 위험요인, 위기 평가 등을 나누어서 파악하되, 사례에 드러난 정보를 근거로 말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사례에 대해 설명할 때, 상담자로서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워보는 태도를 전달하는 것도 신경 썼습니다. (ex. ~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 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등)

‘윤리’ 영역은 윤리강령을 정확하게 암기하고, 제한된 시간 내에 사례를 읽은 후 적용하는 훈련을 계속했습니다. 윤리강령은 반복해서 보면서 암기했고,  이와 별개로 ‘상담자가 문제 상황에서 가져야 할 태도’, ‘내담자가 가진 의무’ 등과 같이 내용을 정리해보는 과정이 사례에 적용해서 답할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터디에서는 챗지피티를 활용해 사례를 만들어 와서 제한시간(1분)동안 읽고 답해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사례에서 윤리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윤리강령을 매칭하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필요했습니다.

5. 자격 취득 후기

2급을 따야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과정을 거쳤습니다. 자격 취득 과정에서 불합격할 것 같아 불안할 때마다 ‘나는 자격증을 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은 거다’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이 자격증으로 제가 취업을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구인광고에 올라오는 조건들을 보면서 자격증 외에 더 필요한 것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있기에 ‘내가 너무 과도하게 스트레스 받았나?’ 생각까지 들기도 하네요.. 예전엔 ‘수련생이니까’ 라는 변명 뒤에 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며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2급을 따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는데, 오히려 ‘상담자’로서는 겸허해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2급 자격 요건과 과정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기에, 막막했던 그 관문을 통과해낸 경험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큰 성취감과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